top of page
검색

심장병이 관리되지 않는 강아지, 혹시 쿠싱증후군 때문일까요?

작성자 사진: 수현 강
수현 강
9월 15일
4분 분량

심장병을 진단받고 약을 꾸준히 먹고 있는데도 생각만큼 상태가 안정되지 않는 강아지가 있습니다.

약을 조절하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고 있는데도 심장병의 진행이 예상보다 빠르거나, 다른 질환이 반복되면서 전체적인 컨디션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심장 자체의 문제만 계속 살펴보기보다 심장병의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질환이 함께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부신피질기능항진증입니다.

보호자분들에게는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라는 이름보다 ‘쿠싱’이라는 이름이 훨씬 익숙하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편의상 이후 ‘쿠싱’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쿠싱은 진단부터 쉽지 않습니다

코티솔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호르몬입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통증이 있거나 다른 질병으로 몸에 부담이 생기면 코티솔이 증가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따라서 쿠싱에서는 단순히 ‘코티솔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질병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가 정상적인 생리적 반응이고, 어디부터 질병으로 볼 것인가.

그리고 검사를 시행하는 시점이나 환자의 스트레스, 동반질환 등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임상증상과 검사 결과를 함께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쿠싱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검사에는 ACTH stimulation test, low-dose dexamethasone suppression test(LDDST), urine cortisol : creatinine ratio 등이 있으며, 환자의 상황과 검사 목적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쿠싱의 진단은 단순히 “검사를 해서 양성이면 치료한다”​는 과정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떤 환자에게, 언제, 어떤 검사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중요한 과정입니다.

검사 결과 하나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유

쿠싱 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애매하거나 임상적인 모습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검사 결과만 보고 쿠싱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보다, 현재 환자의 상태와 검사 결과를 다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다른 검사를 선택하거나 적절한 시점에 재검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쿠싱이 진단되었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바로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도 아닙니다.

치료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지, 치료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위험은 무엇인지​를 환자의 다른 질환과 함께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심장병이 함께 있는 아이에서는 이 판단이 더욱 중요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만났던 한 아이의 이야기

이 아이는 심장질환과 함께 여러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진료 과정에서 쿠싱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행한 ACTH stimulation test에서는 명확하게 양성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계 영역(gray zone)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임상적인 상황을 함께 고려했을 때 재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보호자의 사정으로 검사가 몇 달 동안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아이에게는 췌장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치료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단순히 췌장염만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왜 이 아이에게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전에 의심했던 쿠싱이 아이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다른 질환의 관리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몇 달 뒤 LDDST로 재검사를 진행했고, 이번에는 쿠싱으로 진단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쿠싱에 대한 치료와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한 뒤 아이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보호자께서도

“요즘 아이가 너무 좋아졌어요. 다시 젊어진 것 같아요.”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물론 이 아이의 모든 변화가 쿠싱 치료 하나만으로 설명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각각의 질환으로 나누어 보던 문제를 쿠싱이라는 배경질환과 함께 바라보고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쿠싱과 심장병이 함께 있다면 무엇이 중요할까요?

쿠싱이 있는 모든 강아지가 심장병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심장병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하거나 치료를 하고 있는데도 안정이 잘 되지 않는 경우, 혹은 다른 질환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심장 이외의 원인이 함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쿠싱은 여러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입니다.

고혈압이나 대사 이상, 근육 소실과 같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고, 당뇨와 같은 다른 질환의 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장병과 쿠싱이 함께 있는 환자에서는 두 질환을 각각 따로 보는 것보다 현재 이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가장 중요한지를 찾아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쿠싱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아이도 있지만, 모든 환자에서 같은 속도와 강도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복합질환에서는 ‘경험’도 중요합니다

심장병과 쿠싱처럼 여러 질환이 함께 있는 환자는 치료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쿠싱을 너무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쿠싱을 충분히 관리하지 않아 다른 질환의 조절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을 내리는 것과 실제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어떤 검사를 선택할지, 치료를 언제 시작할지, 어느 정도까지 조절할지, 치료 후 어떤 증상과 검사 결과를 중점적으로 볼지는 환자의 상태만 아니라 수의사가 실제로 경험해온 치료와 모니터링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심장병과 쿠싱이 함께 있는 환자라면 두 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방향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모든 수의사가 같은 치료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복합질환의 경우에는 특정 치료 방법이 정답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담당 수의사가 충분히 경험하고 익숙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 안에서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섣불리 경험해보지 않은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자체가 새로운 변수가 되어 오히려 환자의 상태를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숨이 심장만 보는 병원이 아닌 이유

따숨동물병원을 처음 시작할 때 심장질환을 중요한 진료 분야로 가져가면서도, ‘심장전문병원’이라는 이름으로만 병원의 방향을 정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심장병을 잘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은 심장병만 하나 가지고 있는 경우보다 여러 만성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장병이 있는 아이에게 당뇨가 생기기도 하고, 신장질환이나 내분비질환이 함께 발견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각각의 질환을 따로 치료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 질환의 치료가 다른 질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지금 이 아이에게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게 제가 생각하는 내과 진료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따숨은 심장질환을 깊이 있게 진료하면서도, 심장만 따로 떼어 바라보기보다는 아이에게 함께 있는 질환과 그 질환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보는 진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잘 조절되지 않는 질환이 있다면, 한 번 더 넓게 바라봐주세요

심장병을 치료하고 있는데 예상만큼 안정되지 않는 아이.

다른 질환이 반복되는 아이.

열심히 치료하고 있는데도 보호자가 느끼기에 아이의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은 아이.

이런 경우에는 현재 진단된 질환을 열심히 치료하는 것과 함께 혹시 그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다른 질환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쿠싱은 그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쿠싱은 단순히 검사 수치를 정상화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이 아이에게 쿠싱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현재 가지고 있는 다른 질환의 관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

그것이 쿠싱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때 중요한 부분입니다.

심장병과 쿠싱이 함께 있거나, 심장병이 생각처럼 잘 조절되지 않아 다른 원인을 찾아보고 있다면 현재 아이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부터 다시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따숨동물병원은 심장질환을 중심으로 아이가 가지고 있는 여러 만성질환의 연관성을 함께 살펴보며, 각각의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의 우선순위와 관리 방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강아지 기침, 켁켁·컥컥하는데 감기일까요? 기관허탈일까요?

기온 차와 건조한 날씨에 기침이 시작됐다면 확인해보세요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아침저녁의 기온 차가 커지고, 공기도 점점 건조해집니다. 이 시기에 평소에는 괜찮던 강아지가 갑자기 “켁켁거려요.” “컥컥하면서 기침해요.” “목에 뭐가 걸린 것처럼 기침해요.” “감기에 걸린 걸까요?” 라고 문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온과 습도의 변화, 건조한 공기, 먼지나 각종

 
 
 
가을철 고양이, 재채기와 눈곱이 늘었다면?

환절기에 확인해야 할 호흡기·비뇨기 증상 날씨가 바뀌는 시기가 되면 고양이 보호자들에게 이런 질문이 많아집니다. “요즘 고양이가 재채기를 자주 해요.”“눈곱이 갑자기 많아졌어요.”“코에 딱지가 생겼어요.”“눈이 빨갛고 부어 보여요.”“밥을 잘 안 먹어요.” 이런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고양이 상부호흡기질환입니다. 하지만 모든

 
 
 
고양이가 화장실에 가는데 변을 안 봐요. 변비일까요?

화장실을 자꾸 들락날락하거나 오래 머문다면 확인해야 할 것들 고양이가 화장실을 자꾸 들락날락하는데 정작 변은 보이지 않으면 보호자는 걱정하게 됩니다. “고양이가 화장실에 가는데 변을 안 봐요.”“화장실에 오래 있는데 똥이 안 나와요.”“며칠째 변을 못 봤어요.” 이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변비입니다. 하지만 고양이의 변비는 단순히 “며칠 동안 변을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