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화장실 실수, 진짜 실수일까요?-고양이가 화장실 밖에 소변이나 대변을 보는 이유
고양이가 평소에는 화장실을 잘 사용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화장실 밖에 소변이나 대변을 보기 시작하면 보호자는 당황합니다.
“왜 갑자기 여기다 싸는 걸까요?”“화장실을 깨끗하게 치워줬는데도 왜 안 쓰는 걸까요?”“혹시 버릇이 나빠진 걸까요?”
보호자들은 이런 상황을 흔히 '화장실 실수'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고양이에게는 정말 단순한 실수일까요?
고양이가 화장실 밖에서 소변이나 대변을 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먼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살펴보세요
고양이가 화장실 밖에 배뇨·배변을 하기 시작했다면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것은 최근에 무언가 달라진 것이 있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을 새것으로 바꾸었다
화장실 위치를 옮겼다
모래 종류를 바꾸었다
모래를 바꾸면서 향이 달라졌다
화장실 청소 방법이 달라졌다
새로운 고양이가 들어왔다
집 안에 새로운 가구나 물건이 생겼다
이사를 했다
보호자의 생활 패턴이 달라졌다
등이 있었는지 살펴보세요.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변화라도 고양이에게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 화장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고양이는 화장실의 조건에 상당히 민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화장실 사용을 꺼릴 수 있습니다.
화장실이 너무 작아요
고양이가 화장실 안에서 몸을 돌리거나 편안하게 자세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면 불편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 입구가 불편해요
높은 턱을 넘어야 하는 화장실은 노령묘나 관절이 불편한 고양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화장실 위치가 불편해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나 갑자기 큰 소리가 나는 곳, 다른 고양이가 접근을 막을 수 있는 곳에 화장실이 있다면 사용을 꺼릴 수 있습니다.
화장실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개방형 화장실을 선호하는 고양이가 있는 반면, 주변이 가려진 공간을 편안하게 느끼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따라서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화장실의 종류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 고양이가 어떤 형태를 편안하게 사용하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양이에게 적절한 화장실의 크기, 개수, 위치, 형태와 모래 선택에 대해서는 [고양이 화장실,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3. 모래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가 갑자기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면 최근 모래를 바꾸었는지 확인해보세요.
고양이는 모래의
입자 크기
촉감
냄새
깊이
먼지
등의 차이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보호자가 좋아하는 향이 고양이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모래로 바꾼 뒤 갑자기 화장실 사용이 줄었다면, 기존 모래를 다시 사용했을 때 행동이 달라지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모래를 바꿔야 한다면 한 번에 완전히 바꾸기보다 기존 모래와 새로운 모래를 섞어가며 천천히 바꾸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4.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고양이는 깨끗한 화장실을 선호합니다.
소변 덩어리나 대변이 오래 남아 있거나 화장실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면 사용을 꺼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설물은 가능한 자주 제거하고 화장실도 정기적으로 세척해주세요.
다만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이 강한 탈취제나 방향제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고양이에게 불편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깨끗하게 느껴지는 화장실과 고양이가 편안하게 느끼는 화장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5. 다묘가정이라면 다른 고양이가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다묘가정에서는 화장실의 개수만큼이나 배치가 중요합니다.
화장실이 충분히 많더라도 다른 고양이가 화장실 앞을 지키거나, 화장실에서 나오는 고양이를 공격한다면 실제로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함 ↓ 다른 고양이가 화장실 앞에 있음 ↓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함 ↓ 다른 장소에서 배뇨
와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묘가정에서는
“화장실이 몇 개 있는가?”
뿐 아니라
“각 고양이가 실제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
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6. 화장실 바로 앞에 싸는 경우에는 이것도 생각해보세요
특히 눈여겨볼 만한 패턴이 있습니다.
화장실 바로 앞에 소변이나 대변을 보는 경우
이때는 단순히 “화장실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기보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관절염
허리 통증
골반 통증
신경학적 문제
노령으로 인한 운동능력 저하
등이 있는 고양이는 높은 턱을 넘거나 화장실 안에서 몸을 돌리는 것이 힘들 수 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려다가 돌아서거나, 화장실 주변에서만 배뇨·배변한다면 화장실의 입구 높이와 크기뿐 아니라 고양이의 통증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노령묘가 갑자기 화장실 사용에 문제가 생겼다면 단순한 행동 변화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7. 갑자기 소변을 화장실 밖에 본다면 몸이 아픈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고양이의 화장실 밖 배뇨는 하부요로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증상이 함께 있다면 화장실 환경만 바꾸면서 기다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린다
소변을 보려고 오래 힘을 준다
소변 양이 줄었다
소변이 몇 방울만 나온다
혈뇨가 있다
생식기 주변을 자주 핥는다
소변을 볼 때 불편해하거나 운다
갑자기 화장실 밖에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이런 증상은 고양이 하부요로질환(FLUTD)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컷 고양이가 계속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을 보려고 하지만 실제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요도폐색 가능성이 있어 응급상황일 수 있습니다.
8. 그런데 화장실에서 힘을 준다면 변비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고양이의 배뇨 자세와 배변 자세가 비슷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둘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양이가 화장실에서 오래 웅크리고 힘을 주는 모습을 보면 보호자는 흔히
“변비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변을 보려고 힘을 주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화장실에서 힘을 주는 모습을 발견했다면
“대변이 안 나오는 것인지, 소변이 안 나오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변비라고 생각하고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고양이가 화장실에 자꾸 가는데 변을 보지 못할 때, 정말 변비인지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그리고 변비처럼 보일 수 있는 다른 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9. 화장실 밖에 대변을 보는 경우에도 몸의 문제를 확인해야 합니다
소변뿐 아니라 대변을 화장실 밖에 보는 경우에도 환경적인 원인과 의학적인 원인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변이 너무 딱딱하거나 커서 배변하기 어려운 경우
변비가 있는 경우
배변할 때 통증이 있는 경우
골반골절 이후 골반강이 좁아진 경우
골반강 안에 종괴가 있는 경우
관절이나 허리 통증 때문에 화장실 자세를 취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서도 화장실 사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변을 화장실 밖에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행동 문제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이전에는 정상적으로 배변하던 고양이가 갑자기 화장실 밖에서 배변하기 시작했다면, 배변 상태와 몸의 불편함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10. 화장실 밖에 배변했다고 혼내면 안 되는 이유
고양이가 화장실 밖에 배변했다고 혼내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고양이가 일부러 보호자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화장실과 관련된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커지면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왜 여기다 쌌지?”
보다는
“왜 화장실을 사용하기 어려웠을까?”
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화장실 실수가 생겼다면 이렇게 확인해보세요
갑자기 화장실 밖에 소변이나 대변을 보기 시작했다면 다음 순서로 살펴보세요.
① 화장실 자체
충분히 큰가?
입구가 너무 높지 않은가?
위치가 적절한가?
다른 고양이가 접근을 방해하지 않는가?
② 모래
최근 종류를 바꾸지 않았는가?
향이 강하지 않은가?
촉감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모래가 너무 적거나 너무 깊지는 않은가?
③ 청결
소변이나 대변이 오래 남아 있지는 않은가?
화장실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지는 않는가?
④ 고양이의 행동
화장실에 들어가기를 망설이지 않는가?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는가?
화장실 앞에서 배변하는가?
다른 고양이를 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⑤ 건강 상태
소변을 자주 보려고 하지는 않는가?
소변량이 줄지는 않았는가?
혈뇨가 있지는 않은가?
배변할 때 힘을 주지는 않는가?
변이 지나치게 단단하지 않은가?
식욕이나 활력이 떨어지지는 않았는가?
움직임이 불편해 보이지는 않는가?
고양이의 화장실 실수, 진짜 실수일까요?
고양이가 화장실 밖에 소변이나 대변을 보는 것은 보호자에게는 '화장실 실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화장실이 불편해서,모래가 싫어서,다른 고양이가 무서워서,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이 아파서,혹은 몸이 아파서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화장실 밖에 배변한 것을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혼내는 것이 아니라 이유를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시작된 화장실 문제가 반복되거나, 배뇨·배변 시 힘을 주거나, 소변량이나 대변 상태에 변화가 있다면 환경 문제와 함께 질병 가능성도 확인해야 합니다.
고양이가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댓글